[시승기] ‘팀킬’ 조심!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시승기] '팀킬' 조심!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 【카미디어】 장진택 기자 = 재규어-랜드로버가 부쩍 좋아지고 있다 판매량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차는 확실히 좋아지고 있다

신모델이 나올 때마다 "우주인이 만들었다"는 소리를 듣는다 지난 5월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레인지로버도 그랬고, 재규어 F-타입 로드스터에도 호평이 이어졌다 며칠 전 나온 레인지로버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이전 모델이 '오징어'처럼 보일 정도로 부쩍 좋아졌다 이전 모델은 한 등급 아래인 디스커버리 골격으로 만들어, 한 등급 위에 있는 레인지로버 흉내를 냈다

반면 신형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한 등급 위인 레인지로버 골격으로 만들어, 레인지로버를 코 앞에서 위협한다 '팀킬'이 살짝 걱정된다 겉모습비슷한 것 같으면서 다르다 레인지로버가 '귀족'이라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선수'다 레인지로버가 안정적이고 고급스런 면과 라인으로 이뤄진 반면,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젊고 역동적인 모습을 담아냈다

다이내믹한 인상을 위해 헤드램프와 그릴을 슬림하게 다듬고, 두툼한 범퍼에 와일드한 형상을 집어 넣어 역동성을 살렸다 옆모습은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라인들을 쭉쭉 그었다 일명 '쐐기형' 디자인이다 테일램프 크기를 줄이면서 바짝 올려 붙였고, 뒷 범퍼를 와일드하게 다듬었다 엉덩이를 치켜든 육상선수처럼 보인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형님인 레인지로버와 앞-뒤 바퀴 사이의 거리(휠 베이스)가 같다 기본 골격이 같기 때문이다  다만 엉덩이 길이를 줄이면서 레인지로버보다 15cm 가량 짧아졌고 높이도 55cm 낮아졌다 더 '스포티'해 지기 위해 길이를 줄이고 높이를 낮춘 거다

속모습 레인지로버 스포츠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막대식 기어노브다 다른 차에선 매우 흔한 이 부품은 재규어-랜드로버에겐 사뭇 귀한 부품이다 막대식 기어노브를 가진 차는 재규어 중 딱 한 대, 랜드로버에게도 한 종 뿐이다 각 브랜드의 다이내미즘을 이끄는 재규어 F타입 로드스터와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에만 막대식 기어노브를 수여했다 다른 재규어-랜드로버들은 모두 다이얼식 변속기가 달려 있다(디펜더는 수동기어만 나옴)

막대식 변속기로 '손 맛을 느끼며 질주하라'는 의도로 해석된다 핸들에도 '손 맛'을 듬뿍 담았다 레인지로버의 그것과 똑같이 생겼지만, 지름이 약간 작으면서 둥근 테두리가 약간 두텁다 핸들 뒤에는 큼직한 '패들 시프트'도 붙여 놨다 전면 패널 역시 레인지로버와 거의 비슷하게 생겼지만, 내비게이션과 에어콘 조절장치가 있는 '센터 스텍'의 기울기가 다르다

레인지로버보다 완만하게 눕히는 것으로 역동성을 상징했다 전반적으로 레인지로버와 비슷하면서 약간 역동적으로 보이긴 하지만, 레인지로버에 있던 고급 장치들이 속속 빠져 있긴 하다 문짝을 자동으로 끌어 당기는 '소프트 클로징'이나, 도어 트림에 개폐식 수납공간 등의 고급 장치가 레인지로버엔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 있지만, 레인지로버 스포츠엔 없다 달리는 느낌지금까지 타 본 SUV 중에 가장 잘 달린다 무겁고 크고 높은 SUV이지만, 둔하거나 휘청거리지 않는다

모든 바퀴가 도로의 굴곡에 따라 아래-위로만 움직인다 원래 아래-위로만 오르내리는 게 정상이지만, 많은 차들이 그러지 못한다 아래-위로 오르내리면서 미세하게 전후좌우로도 움직인다 이럴 때 승객은 차가 휘청거리는 걸 느끼기도 한다 스프링이 긴 SUV들이 이런 현상이 잦아서 '침착하지 못하다'는 평을 내리기도 한다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지금까지 타본 SUV 중에서 가장 침착했다 3리터 디젤엔진과 8단 변속기의 궁합은 농익었다 '변속이 됐으면 좋겠는데'라는 생각이 들기 전에 착착 변속된다 슬슬 달릴 땐 낮은 엔진회전을 건너 타며 연료를 아끼고, 질주할 때는 높은 알피엠을 옮겨 다니며 맹렬하게 달린다 놓치면 안 되는 특징레인지로버 스포츠는 3리터 디젤엔진 모델로만 들어왔다

이 엔진은 기존 레인지로버 3리터 디젤엔진과 기본적으로 같은 엔진이다 그런데 레인지로버 스포츠에 들어간 신형 엔진은 레인지로버보다 34마력 강해졌다 말 34마리의 힘이 더 생겼다는 얘기다 반면, 두 엔진의 토크는 모두 612kgm로 같다

무슨 의미일까? 마력은 토크와 엔진회전수를 곱한 값이다 마력을 높이려면 토크를 높이거나 엔진회전수를 높이면 된다 레인지로버나 레인지로버 스포츠나 토크가 같으니, 엔진 회전수를 높여 34마력을 올린 걸로 보면 된다 최대 토크가 나오는 범위를 높여 출력을 향상시킨 거다

결과적으로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레인지로버에 비해 약간 높은 알피엠으로 달리게 된다 그래서 레인지로버보다 연료를 약간 더 먹는다 레인지로버 스포츠가 레인지로버보다 160kg 가볍지만 연비가 01km/l 떨어지는 이유다 기억해야 할 숫자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스포츠는 3리터 디젤엔진일 들어간 세 개 모델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가격은 각각 1억1,680만원, 1억2,650만원, 1억 3,690만원으로 각각 1천만 원 정도의 차이가 난다 시승했던 모델은 중간급인 1억2,650만원 짜리로, 기본 모델보다 휠이 1인치 크고(기본형은 20인치, 중간급부터 21인치), 그 속에 붉은색 브레잌크가 들어가 있으며, 자동 상향등 조절장치와 전자식 계기반, 앞 차와 거리를 감지해서 속도를 올리고 내리는 지능형 크루즈콘트롤 등이 들어가 있다 1천40만원이 비싼 최고급 모델에는 뒷좌석 모니터와 무선 헤드폰, 뒷좌석 통풍시트와 뒷좌석 전용 온도설정 장치 외에 센터 콘솔에 냉장고가 들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