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레인지로버 이보크, ‘패션 아이템’ 아니다

[시승기] 레인지로버 이보크, ‘패션 아이템’ 아니다 【카미디어】 윤지수 기자 =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패션 아이템’이 아니다 이보크를 그저 "예쁜차"로 보는 이들이 많아서 하는 말이다

 이보크는 패션 소품으로 사용하기엔 그 안에 품은 ‘야성’이 너무 크다 지난 70년간 SUV만 만들어온 랜드로버는 이보크를 만들면서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듬뿍 집어넣었다 그 결과 이 차는 그저 작고 예쁜 소형 SUV가 아닌 랜드로버의 기술이 함축된 SUV, 즉 ‘작은 레인지로버’가 됐다 제원표를 살펴보면 이보크가 범상치 않은 차임을 쉽게 알 수 있다 길이가 약 4

4m밖에 되지 않는 이 소형 SUV는 무게가 무려 19톤이나 나간다 약 48m 길이의 기아 쏘렌토와 무게가 비슷한 셈이다 자동차로서 무거운 건 자랑이 아니지만, 이보크의 무게는 이유가 분명하다

험로 주행을 대비해 뼈대를 덧대고 초고강도 강철로 곳곳을 보강하다 보니 무게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알루미늄 루프와 보닛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무게가 가볍지 않은 이유다 이렇듯 이보크는 뼛속부터 오프로더의 유전자가 흐르고 있다 작은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작년 ‘부분변경’을 통해 새롭게 바뀌었다 이보크의 과감한 디자인은 한층 정제됐고, 엔진은 자체 제작한 엔진으로 교체됐다

새롭게 바뀐 작지만 작지 않은 SUV, 랜드로버 신형 레인지로버 이보크를 직접 타봤다 겉모습강렬하다 겨우 44m 정도밖에 안 되는 짧은 차체에 큼지막한 타이어를 끼우고 휀더를 두툼하게 뽑아냈다 작지만 작지 않은 강렬함이 묻어나는 이유다

게다가 너비가 19m에 달해 거의 기아 모하비만큼 넓다 넓은 너비와 듬직한 보닛 덕분에 웬만큼 큰 SUV와 비교해도 쉽사리 기죽지 않는다 신형 이보크는 당당한 디자인에 세련된 터치까지 더했다 특히 얼굴이 많이 바뀌었는데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깔끔하게 다듬고 새롭게 디자인된 헤드램프를 사용했다

이전에 비해 많이 바뀐 건 아니지만 약간의 변화로 인상이 훨씬 차분해졌다 뒷모습은 많이 바뀌진 않았다 워낙 완성도 높은 디자인이었기에 크게 손댈 곳이 없었던 모양이다 다만 이전보다 그래픽이 깔끔하게 정리된 테일램프가 적용돼 분위기가 약간 바뀌었다 두툼한 범퍼와 얇은 모양의 테일램프 덕에 당당한 모습은 여전하다

속 모습옹골차다 랜드로버는 소형 SUV에 ‘레인지로버’ 이름을 붙이면서 최고급 소재와 편의사양을 잔뜩 집어넣었다(가격도 그만큼 수직상승했다) 손에 닿는 곳곳을 최고급 가죽으로 둘렀고 센터터널 주변은 두툼한 금속소재로 감쌌다 화려한 분위기는 아니지만, 단아한 디자인에 은은한 품격이 느껴진다 묵직한 문을 열고 운전석에 앉으면 소형 SUV답지 않은 든든함이 느껴진다

실내 너비가 꽤 넓은 데다 운전자 시야에 보닛이 두툼하게 올라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운전석에서 느껴지는 차체 너비도 꽤나 넓어 마치 큰 차에 앉은 느낌이 들 정도다 다른 소형 SUV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이보크만의 듬직한 매력이다  달리는 느낌신형 이보크의 움직임은 한마디로 탄탄하다

차체가 짧고 강성이 높기 때문에 이음새 없는 하나의 쇳덩이처럼 움직인다 모노코크 차체의 미덕인 유연하게 휘어지는 느낌은 전혀 없다 몸놀림만 보면 오히려 전통적인 ‘프레임 온 보디’ 방식의 SUV에 가깝다 키 큰 SUV지만, 짧은 휠베이스 덕분에 움직임은 민첩한 편이다 그렇다고 소형 해치백처럼 날렵한 움직임은 아니며 무게감 있는 든든한 움직임이다

서스펜션은 비교적 팽팽하게 세팅된 편이지만, 급격한 코너에서는 어느 정도 쏠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엔진의 반응은 묵직하면서 강력하다 시승차의 엔진은 20리터 디젤 엔진으로 최고출력 180마력과 최대토크 439kgm의 성능을 낸다

최대토크가 분당 엔진회전수 1,750부터 나오기 때문에 낮은 속도에서부터 차체를 강력하게 밀어붙인다 다만 엔진 반응은 한 박자 늦다 일상 주행에서는 별로 느껴지지 않지만, 급가속하거나 추월할 때 한 박자 느린 반응은 약간 당혹스러웠다 시승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느껴본 정속주행 감각은 제법 편안했다 서스펜션이 보통의 SUV보다 팽팽하게 조율됐는데도 불구하고 묵직한 차체의 무게로 웬만한 노면의 충격은 가볍게 짓눌렀다

고속주행 감각도 무게 덕분인지 안정감이 수준급이었다  놓치면 안 되는 특징신형 이보크의 가장 큰 특징은 엔진이다 새롭게 들어간 20리터 인제니움 엔진은 재규어-랜드로버가 포드의 품을 벗어나 처음으로 자체 제작한 엔진이다 모듈형 구조로 만들어져 향후 직렬 6기통 또는 3기통 엔진으로 제작될 수 있으며, 가솔린 엔진으로도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한다

앞으로 재규어-랜드로버의 많은 차종에 폭넓게 사용될 예정이다 인제니움 엔진과 함께 맞물린 변속기도 이보크의 자랑이다 무려 변속 단수가 아홉 개에 달하는 이 변속기는 기어비가 촘촘하게 나뉘어 엔진의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한다 특히 1단 변속기의 경우 기어비가 저속으로 세팅돼 경사가 심한 오르막길이나 오프로드 등에서 높은 견인력이 필요할 때 유용하게 사용된다 시승 중 느껴본 변속기의 반응은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속도에 맞춰 아홉개의 기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기억해야 할 숫자이보크의 연비는 리터당 138km(도심 121km/L, 고속 167km/L)다 2

2리터 디젤 엔진의 구형 이보크보다 연비가 리터당 05km 늘었다 20리터 디젤 엔진에 9단 변속기가 맞물린 소형 SUV치고 만족스러운 연비는 아니지만, 19톤에 달하는 차체 무게와 사륜구동임을 생각하면 수긍할만한 수준이다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가격은 5도어 모델이 6,600만원~8,220만원이며, 3도어 쿠페가 9,000만원이다

시승차는 7,420만원의 ‘HSE TD4’ 였다 소형 SUV로서는 정말 비싼 가격이다 이 정도 가격이면 현대 맥스크루즈를 두 대 살 수 있고, 타 수입 브랜드의 중형 SUV까지 넘볼 수 있다 하지만 이보크의 가격대비 가치는 직접 만져본 후 평가하자 이보크의 가격은 허풍이 아니다

시승 후 느낀 총평은 이 차는 ‘젊은 레인지로버’라는 거다